詩와 음악 19

정경애 · 남경주 -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이정하 詩) 1996

.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이정하 詩 하루 종일 가슴 설레었던 오늘 내 슬픈 사랑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우리들 슬픈 사랑의 종착역은 어디 있는 것인지 나는 역 대합실 출구 앞에서 소리 죽여 그대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그러면 그대도 덩달아 내 이름을 부르며 나타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대는 오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던 그대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거의 간직되고 싶었습니다 우리에겐 약속이 없었습니다 서로의 눈빛만 응시하다 돌아서고 나면 잊어야 했습니..

詩와 음악 2020.06.15

서금옥 - 떠다니는 섬 (1979)

. 서금옥 낭송 - 떠다니는 섬 (1979) - 떠다니는 섬 신상일 詩 오늘도 유랑의 길 떠다니는 섬 지나간 바람의 자락을 잊었다 할지라도 그대 빈자리를 말하진 않으리 비가 울고 파도가 우는 날 치맛자락에 아버지 손은 떨리고 먼바다로 떠난 뒤 오지를 않았다 행여 그것이 영원한 이별의 순간이던가 섬은 밤새 떠돌면서 바람을 안고 소용돌이치면서 떠나야 하리 돛대를 올리고 물길을 잡으며 밀려드는 조류를 타고 허옇게 드러난 강바닥을 향해 잠시 날개를 접고 잠을 재운다 떠나는 그대는 하나의 숨결 지나간 시간들이 가슴 설레어도 다시는 뒤돌아 보지 않으리 아픈 가슴의 상처 매만지면서 그리고 잠들어야 할 것인가 물 위에 뜬 그림자 하나로 바라보면 멀리도 와 있는 수평선 위에 떠도는 것을 멈춘 그대는 섬이련가 아니면 한 ..

詩와 음악 2019.11.26

서유석 - 하늘 : 박두진 (1972)

. 서유석 - 하늘 (1972) 하늘 박두진 시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빛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詩와 음악 2018.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