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이정하 詩 하루 종일 가슴 설레었던 오늘 내 슬픈 사랑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우리들 슬픈 사랑의 종착역은 어디 있는 것인지 나는 역 대합실 출구 앞에서 소리 죽여 그대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그러면 그대도 덩달아 내 이름을 부르며 나타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대는 오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던 그대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거의 간직되고 싶었습니다 우리에겐 약속이 없었습니다 서로의 눈빛만 응시하다 돌아서고 나면 잊어야 했습니..